VALENTINO VERTIGIN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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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은 문화의 기원에 있다. 이는 예술과 문학의 역사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화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 한한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문화는 질서를 만들고 싶어한다 –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자주. 그렇다면 인간 으로서 우리는 무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어떻게 파악할 수 없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가? 목록과 박물관의 소장품, 백과사전과 사전들을 통해서 가능하다. 목록은 문화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한다.”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궁극의 리스트(The infinity of Lists)
목록의 매력과 사물, 사람, 현상의 열거에 대한 취향은 인류의 역사와 항상 함께 해왔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목록의 수사학적 조사는 그 내러티브와 시적 잠재력과 관련하여 학자들에게 거의 조사된 적이 없다. 움베르토 에코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호메로스(Homer)에서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에제키엘(Ezekiel)부터 카를로 에밀리오 가다(Carlo Emilio Gadda)까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문학을 관통하는 사례들을 수집하고 상세하게 분석하여 이 토포스 (Topos)를 환기시키는 해석을 현대 논쟁의 최전선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을만하다.
이탈리안 기호학자에 따르면, 모든 목록은 상반되는 두 가지 경향과 상호 보완적인 성향 사이에서 움직인다. 이는
한편으로는 기존의 무한한 확장을 의미 있는 틀 안에 가두려는 시도이다. 우주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열거의 시도는 주로 유언 편찬이나 도서관의 목록 또는 박물관의 아카이브의 편집과 같은 경우에 실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다른 한편으로, 목록은 시를 초월하여 환상적이고 미학적이며 서사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목록은 형언할 수 없는 것 앞에 고개를 숙이며 무한한 것을 암시한다. 혼돈을 길들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혼돈을 생각하기 위함이다.
이 두 가지 차원은 종종 공존하며, 비밀스러운 만남을 배열한다. “목록은 질서를 가져오는 동시에 분산을 일으키게 하며, 무심코 닫혀 있는 동시에 열려 있고, 정적인 동시에 동적이며, 유한한 동시에 무한하고, 질서 있는 동시에 무질서하며, 목록이기를 멈춘 적이 없다.” 라고 작가 버나드 세베(Bernard Sève)는 말하며, 우리를 상기시킨다. 이와 같은 이중성 때문에 질서를 위한 도구인 동시에 감각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며, 황홀과 멍한 상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움베르토 에코는 ‘목록의 현기증’을 언급하며, 소란스럽고 무절제하며 강박적인 목록이 만들어내는 특정한 감각을 불러 일으키는데, 이는 종종 여러가지 항목이 있을 때 ‘등등’을 의미하는 ‘기타’ 직전에 멈추게 된다. 그 기타는 무언가 잠재적으로 무한대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억제하거나 제한할 수 없는 무언가 앞에서 정지된 상태를 만들어 낸다. 사실 현기증은 모든 가능한 목록의 미완성, 즉 유한한 것 안에 깃든 무한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고려는 내가 첫 번째 오트 쿠튀르 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함께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려는 독특하고 유한하며, 반복할 수 없는 드레스를, 끊임없이 이어지는 형태의 잠재적으로 무한한 단어의 목록, 즉 축적과 병치를 통해 진행되는 비문법적인 목록으로 상상하게 했다. 48벌의 드레스는 48개의 목록과 같다. 각 목록에는 측정 가능한 비율, 감정적인 실, 회화적인 참조, 물품에 대한 표기, 전기적인 퀼트, 영화적인 직조, 색채 기하학, 철학적 솔기, 음악적인 표시, 상징적 날실, 언어적 자수, 식물학적 조각, 시각적 원형, 역사적 직물, 내러티브로 구성된 상감, 관계적인 매듭 등 물질적 요소와 비물질적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
마치 모든 드레스가 연상 작용을 통해 서로 연결된 복수의 세계를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참조의 열렬하며 끊임없는 계층화는 그 독창성을 폭발시키게 한다. 아마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는 이러한 목록을 ‘유령들의 황도대’라고 부를 것이다. 이는 ‘기타 등등의 시학’으로, 모든 실, 모든 솔기, 모든 색의 흔적이 눈에 보이는 경계를 초월하여 다수의 단어들로 변모하는 세계를 나타낸다. 이는 열거의 소용돌이 속에서 떨며 녹아내리는 상상 속의 별자리이다.
각각의 드레스는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시각적, 상징적 기억의 흔적을 간직한 살아있는 지도학, 즉 의미에 대한 그물망의 매듭에 해당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조합을 이루고, 여러 시대와 문화, 과거 이야기로부터의 메아리가 현재와 공존하는 내러티브로 구성된 아카이브다. 이 목록은 수많은 조합으로 펼쳐지고, 회상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의 가장자리까지 울려 퍼지는 목록이다. 이는 미완성된 다양성의 현기증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Alessand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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